비리 의심받아 자살.. 업무상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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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704회 작성일 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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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맡겨진 업무가 여러 이유로 부진한 상황에 처하고 오히려 상관에게 비리 연루를 의심 받게 되자 결백을 호소하며 자살한 근로자가 법원 판결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 S호텔 전관리과장 박모씨는 평소 '독일병정'이라는 별명처럼 성취욕과 책임감이 강하고 과묵해 상사에게서도 완벽한 일처리를 인정받았다. S호텔 회장은 지난해 3월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호텔 3층 사우나를 개조해 객실을 증축하는 계획을 세우고 박씨에게 공사업체 선정과 공사시공 감리, 감독 등 관리책임을 맡겼다. 박씨는 공사비용을 줄이려고 공사를 부문별로 저렴한 가격에 발주하고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인테리어 공사는 자신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평소보다 3시간 이른 오전 6시에 가장 먼저 출근해 평소보다 3시간 늦은 오후 10시에 퇴근했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가 공사대금을 올려달라면서 공사를 지체해 월드컵 전 완공이 어려워지자 객실예약 취소를 걱정한 박씨는 업체에 돈을 융통해주기도 했지만 완공예정일까지 공정률은 35%에 그쳤다. 게다가 S호텔 회장은 박씨에게 "공사 지연으로 호텔이 손해보면 책임지라"며 질책하고 "인테리어 업체와 짜고 뒷돈을 받은 것 아니냐"며 의심했다. 낙심한 박씨는 그해 5월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한약을 지어먹고 부인에게는 "회장님은 내가 융통해 준 돈을 돌려받은 걸 뒷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것 같다"며 "자칫하면 2억5천만원을 물게 생겼는데 이겨낼 수 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씨는 그해 5월 10일, 아침 일찍 출근해 부인에게 '꿋꿋이 잘 살라'는 편지를, 호텔 회장에게는 결백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뒤 호텔 8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서기석 부장판사)는 6일 박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박씨는 자신이 선정한 업체에 이용만 당하고 호텔 회장에게는 의심이나 받게됐다는 좌절감과 거액 손배책임의 불안감에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인해 정상적 판단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 인정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 lilygarden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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