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직계가족 등을 특별채용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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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게시판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89회 작성일 20-09-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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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다248998   손해배상 등   (자)   파기환송(일부)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을 채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그와 같은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일정한 법리적 판단에 따라 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주 문

원심판결의 원고 1 패소 부분 중 피고들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1의 나머지 상고와 원고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2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같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경위

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85. 2. 1. 피고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피고 기아자동차’라 한다)에 고용되어 피고 기아자동차의 소하리 공장 및 시화연구소의 간이금형반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8. 2.경 피고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피고 현대자동차’라 한다)의 남양연구소로 전적하여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08. 8. 25.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으로 진단받은 후 2010. 7. 19. 이 사건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의 유족급여 등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3. 10. 11. ‘망인이 피고 기아자동차에서 최소 15년 정도 벤젠에 노출되었고, 이 사건 질병과 벤젠의 인과관계가 분명하므로, 망인의 배우자가 유족급여를 청구한 상병은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사유에 의한 질병으로 인정된다’라고 판정하였다. 이 판정에 따라 망인의 가족들은 산재보험법이 정하는 각종 급여를 지급받았다.

라. 원심이 이 사건에 적용된다고 본 피고 기아자동차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 제27조 제1항은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사내 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하여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세부적인 사항은 조합과 별도로 정한다.”라고, 제2항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과 6급 이상 장해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라고 정하였고, 피고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제97조는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하였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라고 정하였다(업무상 재해로 인해 조합원이 사망한 경우에 직계가족 등 1인을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한 각 단체협약의 특별채용 조항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라 한다).

피고들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거의 비슷한 내용의 조항을 1990년대 중반부터 각자의 단체협약에 반복해서 두고 있다. 그리고 피고 기아자동차의 인사규정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과 6급 이상 장해로 퇴직할 시 해당 직원의 직계가족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제7조 제4항 라호).

마. 원고들은 망인의 자녀로 공동상속인들이다. 원고 1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근거하여 주위적으로 피고 기아자동차를, 예비적으로 피고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고용계약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한다. 또한 원고들은 피고 기아자동 차를 상대로 같은 피고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망인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한다.

2.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에 관한 판단(상고이유 제2, 3점)

가. 쟁점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에 따른 이 부분 쟁점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인지 여부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하며, 유족의 생계보장의 필요성이나 취업 요건 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유족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에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민법 제103조에 의해 단체협약이 무효인지를 판단하면서 고려하여야 할 사정

가)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이러한 자주적인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교섭하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뜻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의 실질적 자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결국 헌법 제33조 제1항은 집단적 합의에 의하여 근로조건 등을 자기 책임하에서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노사에 부여함으로써 이른바 협약자치를 보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상 노동3권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도 이를 반영하여 노사 간의 협약자치를 인정·존중하는 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규정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가령 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여러 사항을 규율하면서도 단체협약에 어떤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거나 어떤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노사가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교섭을 통해 자치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②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주체와 절차에 관한 여러 규정을 두는 한편, 그러한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 중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과 같은 특정한 사항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여(제92조 제2호), 노사가 자율적으로 형성한 단체협약의 규범력을 강화하고 있다.

나) 단체협약이 민법 제103조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으므로 단체협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면 그 법률적 효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다만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보다 신 중할 필요가 있다.

다) 헌법 제15조가 정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23조 제1항이 정하는 재산권 등에 기초하여 사용자는 어떠한 근로자를 어떠한 기준과 방법에 의하여 채용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자유가 있다. 다만 사용자는 스스로 이러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근로자 채용에 관하여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을 채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그와 같은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러한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유나 경위, 그와 같은 단체협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수단의 적합성, 채용대상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의 유무와 내용, 사업장 내 동종 취업규칙 유무, 단체협약의 유지 기간과 그 준수 여부, 단체협약이 규정한 채용의 형태와 단체협약에 따라 채용되는 근로자의 수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용자의 일반 채용에 미치는 영향과 구직희망자들에 미치는 불이익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1)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업무상 재해에 대해 부담하는 보상 책임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의 보상 책임은 주로 산재보험법에 따라 이행되지만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이 법령이 정한 내용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 재해에 대해 어떤 내용이나 수준의 보상을 할 것인지의 문제는 그 자체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피고들 노동조합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법이 정한 보상 외에 추가적인 보상을 받기로 함으로써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고,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의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피고들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포함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조합원인 근로자들의 업무에 대한 충실을 유도하고, 노동조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가)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거나 우선채용하는 합의와 달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무엇보다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 또는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상은 최소한의 것일 뿐 충분한 보호나 배려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던 근로자가 사망하는 경우 유족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은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하여 사용자가 부담할 재해보상 책임을 보충하거나 확장하는 내용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실질적 공정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 헌법 제32조 제6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특별한 희생을 한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전몰군경의 유가족’이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과, 유공자 등에 대한 보상이나 사회적 보호라는 필요성에 기초한 입법정책적 재량에 근거하여 전몰군경의 유가족, 유공자 또는 그 가족 등에 대한 고용의무를 정하거나 이들에 대한 취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규정이 담긴 법률(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특정한 범위의 사람에게 보상과 보호의 목적으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법질서가 예정하고 있는 수단에 해당한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헌법 제32조 제6항과 앞서 본 법률들의 취지와 정신을 기업 단위에서 자치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 중 1인에게 채용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유족은 근로자가 사망하기 이전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보상과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3)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사용자가 ‘어떤 조건에서’, ‘누구를’ 채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미리 정하는 ‘자기구속적인 약속’을 한 것으로, 국가가 사용자에게 누군가를 채용할 것을 강제하여 헌법상 보장된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성격이 전혀 달라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원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근거의 하나로 장래 불특정 시점에 불특정인과 고용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어서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자유권은 원칙적으로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받지 않는다는 소극적 성격을 그 본질로 하는데,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국가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니라 피고들이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체결한 것이므로 원심의 위 판단은 자유권의 성격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합의한 것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채용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결과이다. 단체협약 체결 당시의 피고들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법원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무효라고 선언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아니라 오히려 법원이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피고들의 사업장에서 극히 드물게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이 발생하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되고, 결격사유가 없는 근로자로 채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서 최소한의 업무수행능력도 없는 등 일정한 범위 내의 자는 채용될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에게 전면적, 일률적, 무조건적으로 특별채용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피고들은 1990년대에 처음으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래, 2년마다 노동조합과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새롭게 체결하면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계속하여 포함시켜 왔다. 피고 기아자동차는 취업규칙인 인사규정에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그동안 피고 기아자동차는 유족 9명을, 피고 현대자동차는 유족 52명을 특별채용하였다. 피고 기아자동차의 경우 이 사건이 진행 중이던 2016년에도 2명의 유족을 특별채용하였다.

이처럼 피고들 사업장에서는 노사가 오랜 기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유효성은 물론이고 그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하여 이를 이행해 왔음을 알 수 있어 채용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평가하기 더욱 어렵다.

(5) 2019년 말 기준 피고 기아자동차의 매출액은 약 33조 원, 근로자 수는 약 35,600명 이상, 피고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은 약 49조 원, 근로자 수는 약 70,000명 이상에 달한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피고 기아자동차가 신규 채용한 근로자의 숫자는 5,281명이고 그중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채용인원은 5명으로 그 비율은 약 0.094%이다. 같은 기간 피고 현대자동차가 신규 채용한 근로자의 숫자는 약 18,000명이고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채용인원은 11명으로 그 비율은 약 0.061%이다.

이와 같은 피고들의 사업 규모, 피고들이 신규채용한 근로자 숫자 대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유족 채용의 비율과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피고들이 시행하는 공개경쟁채용 절차에서 유족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특별채용 절차를 예정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채용이 피고들에 대한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으로 인하여 피고들이 다른 근로자를 채용할 자유가 크게 제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직희망자들의 현실적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도 없다.

(6) 피고들과 각 노동조합이 오랜 기간 동안 정기적인 단체교섭을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계속 포함시켜 왔고, 실제로도 이에 근거한 특별채용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협약자치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유효하게 보아야 함은 더욱 분명하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협약자치의 원칙과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의 적정성에 관한 판단(상고이유 제1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사유에 관하여 한 사실인정이나 비율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1 패소 부분 중 피고들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1의 나머지 상고와 원고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2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같은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위 2.)에 대하여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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